한국화가 김현정

Ⅱ. 내숭을 입다 : 나를 숨기다 · 2013

내숭: 나를 움직이는 당신

Coy : You Move Me

제목
내숭: 나를 움직이는 당신
Coy : You Move Me
재료
한지에 수묵 담채, 콜라주
Color and collage on Korean paper
크기
130x196cm
51.2 x 77.2"
제작연도
2013
고유번호
F-0100-1300-01-01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때로는 작은 허기 하나가 하루를 다시 앞으로 밀어준다.

작업실에 오래 머물다 보면 끼니는 자꾸 뒤로 밀린다. 그러다 배달 알림 하나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배달 서비스와 도심을 달리는 라이더의 속도는 그렇게 작업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하면 바쁜 삶에서는 먹는 일조차 멈춤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일이 된다.

우리는 늘 무언가에 이끌려 살아간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사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먹고 싶은 마음이나 기다리던 무언가처럼 아주 사소한 욕망이 더 강한 동력이 된다. 거창한 목표만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움직이는 당신〉의 ‘당신’은 처음에는 지친 몸을 다시 일으키는 한 끼였다. 하지만 작업을 이어갈수록 그 의미는 달라졌다. 불확실한 시간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게 했던 것은 결국 작품을 기다리고 바라봐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 제목의 ‘당신’은 화면 밖에 있는 관객을 향하고 있다.